※ 지인 리퀘스트 헌정 글입니다. 2~3편 내외. BandmanS - 1st 숨시 학교 쓰레기장 담벼락에 기대어 주저앉은 이찬은 제 뒷머리를 벅벅 털었다.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는 청소년이라면 순순히 학교에 갇혀있고 싶지는 않은 것이 인지상정이기는 하지만, 스스로 생각해도 이런 형태는 좀 아닌 것 같았다. 콧대에 난 생채기를 손 등으로 꾹꾹 누르자 옅게 핏물...
안녕하세요, 숨시입니다. 포스타입에 글을 적는 건 오랜만이네요. 긴 시간 뜸했음에도 종종 찾아주시는 독자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이전 연재하던 규훈 <海> 의 경우 본래 정해놓았던 다른 내용이 있었습니다만, 연재 당시 저의 상황이 장편을 이어갈만한 상황이 아니어서 급하게 설정을 변경하여 이야기를 마무리짓게 되었던 글입니다. 이에 한참 아쉬움이 남았었...
객석에 앉아 화려한 연주를 들으면서 그는 무슨 생각을 했던가. 무대 위로 밝게 떨어지는 조명을 그는 어떤 눈으로 바라보았는가. 우렁찬 박수갈채 소리와 간간히 섞이는 휘파람 소리를 그는, 도대체 어떻게. ad li itum 지훈은 로비에서 팜플렛을 다시 읽었다. 콩쿠르 입상, 입상, 대상, 대학교 입학, 유학, 또 다시 콩쿠르 대상 몇 개, 해외 오케스트라와...
고급 승용차를 타고 나무밖에 보이지 않는 숲길을 달리는 것은 굉장히 색다른 경험이었다. 깊게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시내와는 동떨어진, 마치 고립된 섬과 같은 곳이라는 감상이 생생하게 살아났다. 이런 구석진 곳에서 부족함 없이 살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돈이 필요한 걸까. 부자들은 정말 쓸데없이 돈을 낭비하는 것 같단 말이야. 기차역에서부터 깊은 숲길까지 한참...
海 - 4 규훈 “형은 바다가 왜 좋아요?” 방과후에 학교 교실에 남아 나란히 공부를 하던 어느 날 김민규가 이지훈에게 물었다. 지훈은 질문을 듣자마자 바쁘게 움직이던 샤프를 멈췄다. 이지훈의 눈동자가 초점없이 문제집의 글자를 배회했다. 언제나 그랬듯, 지훈은 말이 없었다. 김민규는 알려주고 싶지 않으면 굳이 말해주지 않아도 괜찮다며 말을 돌렸다. 내가 왜...
“우리 지훈이 왔어~?” 가게 문을 들어가자 윤정한은 사람 좋은 웃음을 지으며 이지훈을 맞았다. 주변에 앉아있던 윤정한의 친구들은 네가 그렇게 찾던 후배가 왔다며 정한을 밀어내기 바빴다. 그런 광경을 바라보는 이지훈의 눈빛은 조금 가라앉아있었다. 이지훈은 한숨을 쉬고는 정한의 동기들에게 잠시 실례하겠다는 말과 조심히 들어가시라는 형식적인 말만 건네고는 정한...
海 - 3 규훈 김민규는 지금 흙먼지가 풀풀 날리는 운동장에 서있다. 초등학교 때 이후로는 흙바닥에서 축구를 해 본 적이 없었는데, 아무래도 조금 구석진 데 있는 섬 학교다보니 잔디를 깔만한 여건이 안됐던 모양이다. 깔아놔도 쓸 만한 사람이 별로 없기에 그닥 까는 의미가 없어보이기도 했지만. 김민규는 괜히 바닥을 신발로 끌며 얕은 흙구덩이를 만들어냈다. 한...
海 - 2 규훈 미묘한 고요함 속에 공깃방울 소리만이 귀에 울렸다. 보글. 보글. 완벽한 심해. 김민규는 짠내가 나는 푸른 물 속에 잠겨있었다. …꿈인가. 저 위로 햇빛의 흔적이 보인다. 표면에서 반사되어 반짝거리는 햇빛의 잔상. 그리고 그 잔상이 심해의 낭만적인 풍경을 만든다. 김민규는 굳이 몸을 움직이려 하지 않았다. 원래 이럴 때는 물결에 몸을 맡기는...
From. 이지훈 안녕. 오랜만이다. 나 이제 너한테 편지도 쓸 수 있어. 평생 못 쓸 줄 알았는데 시간이 지나니까 어떻게든 괜찮아지나봐. 네가 시간이 약이랬잖아, 그치. 이거 쓰려고 글씨도 연습했어. 진작 이런 것 좀 해줄 걸. 이제와서 좀 후회되네. 좀 구질구질하지? 나도 알아. 근데 가끔씩 이래보고 싶을 때도 있는 거잖아. 이거 너 돌아오라고 이러는 ...
海 - 1 규훈 몇 일이 흘렀다. 그 사이에 특별한 일이 있었느냐고 하면, 글쎄. 뭔가 바뀌기는 했지만 특별하다고까지 할 건 없었다. 첫 인사라기에도 민망한 말을 내뱉고 난 후 얼떨결에 그 날 등교를 함께했다. 워낙 넉살이 좋고 부끄러움을 몰랐던 김민규는 금방 기세를 회복하고는 등교길 내내 입을 조잘댔다. 돌아오는 대답도 없는데 괜히 이것저것 자기 얘기를 ...
海 - 0 규훈 이지훈은 바다를 유난히 좋아했다. 짠내가 진동하듯 나는 섬 마을 학교에서, 질리지도 않는지 틈만 나면 복도로 나가 창문을 열고 바다냄새를 맡고, 방과 후에도 인적이 드문 돌투성이 바닷가에 나가 쪼그려 앉아 바다를 쳐다봤다. 환기를 시키기 위해 쉬는 시간에 교실 창문을 열 때도 이지훈은 그 누구보다도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바다의 냄새를 온몸...
우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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